서명숙

서명숙 펠로우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대도시 이외의지역에서 문화적•경제적 변화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일반 시민 들의 힘을 모아 마을을 지나는 길을 만듦으로써지역 주민과 걷기 관광객 모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자연 자원과 지역사회를 새롭게 발견하고,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연계와 교류가 가능하게 한다. 

공식 프로필(영문) Myung-sook Seo

This profile below was prepared when 서명숙 was elected to the Ashoka Fellowship in 2013.

INTRODUCTION

서명숙 펠로우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문화적•경제적 변화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일반 시민 들의 힘을 모아 마을을 지나는 길을 만듦으로써 지역 주민과 걷기 관광객 모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자연 자원과 지역사회를 새롭게 발견하고,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연계와 교류가 가능하게 한다. 




THE NEW IDEA

서명숙 펠로우는 정부 주도, 대규모 자본 투자 위주의 지역 개발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서 저비용일 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지역 변화 방식을 제시하였다. 서명숙 펠로우가 설립한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 걷는 길 (walking trail)을 발굴, 개척, 유지하는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단순히 지역 개발 정책에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관 협동 방식을 넘어, 변화의 주체가 되어 지역의 경제와 문화, 자연 자원을 새롭게 발견한다.

제주올레는 친환경 여행 이상의 의의를 갖는다. 보통 도보 여행 길들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감상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제주올레의 모든 코스는 적어도 3개의 마을을 지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여행객들이 관광지가 아닌 일반 제주 지역 사회의 일상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제주 사투리로 개인의 집과 마을을 잇는 골목길을 뜻하는 단어인 ‘올레’는 이러한 제주올레의 원칙을 잘 반영한다. 공동체가 힘을 모아 길을 내고 유지하는 과정, 그리고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지역사회에 도보 관광객이 찾아오는 과정을 통해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경험하고, 자신의 문화와 자연,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키운다. 서명숙 펠로우는 또한 제주올레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발판삼아 관광업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지역 주민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올레길과 연관된 다양한 프로젝트와 경제 활동 기회를 마련해왔다. 즉, 제주올레는 지역사회와 외지인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서명숙 펠로우는 제주올레를 시민이 주도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변화의 모델로 정립하고, 특히 한국과 비슷하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아시아 국가에 확산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 다른 지역뿐 아니라 일본, 중국으로 제주올레의 모델이 전파될 수 있도록 공식적•비공식적 네트워크를 개발해왔다. 궁극적으로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올레의 모델과 원칙들을 다른 기관, 국가에 교육하는 센터이자 허브로 도약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THE PROBLEM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국민 인구와 GDP의 절반 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의 인구 밀도는 주요 OECD 국가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멕시코 시티의 두 배, 뉴욕시의 여덟 배에 달하며, 심각한 교통 체증과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은 주로 정부가 주도하여 왔다. 대체적으로 중앙정부는 몇몇 성장거점을 지정하고 인프라 건설과 산업 개발을 통해 해당 지역의 경제사회적 성장을 촉진해 왔다. 지자체는 관공서, 유명 행사나 대회, 기업체를 유치하여 대규모 투자와 인구 유입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지방 스스로가 가진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훼손하는 천편일률적 지역 개발이 대세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지자체의 예산 우선순위 결정에 의견을 반영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건설 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데 등 소극적인 것에 그쳤다.

지자체가 관광업을 선도 산업으로 지정하고 적극 지원하는 경우에도 외지 자본, 고가 관광 상품 중심의 대규모 시설 개발이 핵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또한 인위적으로 정해진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패키지 관광 상품이 대세를 이루어 대부분의 지역주민의 삶과는 괴리가 있다. 이 경우 관광 수익의 대부분은 외지 투자자에게 돌아가며, 현지 주민은 경제적 가치가 충분한 자연 자원과 문화적 자산이 있는 경우에도 그것을 활용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극심한 경쟁과 노동간의 증가라는 사회적인 압박을 초래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근무시간이 긴 나라로, 한국인의 평균 근로 시간은 1년에 2,090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76 시간보다 훨씬 높다. 근무 시간이 길어질수록 쉼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THE STRATEGY

제주올레는 시민과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해안가를 따라 숨겨진 길들을 찾고 평범한 마을들을 지나는 길을 내기 시작했다. 일단 코스 개발이 확정되면 지역 주민들이 힘을 모아 길을 만들었으며, 자연 소재 혹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였다. 자원봉사자의 노고를 기리는 의미에서 길을 내 준 사람들의 이름을 따 길 이름을 짓기도 하였다.

서명숙 펠로우는 2007년 사단법인의 형태로 제주올레를 설립하였다. 이는 정치적, 상업적 이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연계하여 길을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충분한 자금이나 인력이 없던 초창기에는 서명숙 펠로우 개인의 퇴직금과 가족들이 코스 개발에 동원되었다. 처음 길을 내기 시작할 때, 제주도의 지주들이나 지역 상인들, 정부 관료들 대부분은 회의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했다. 서명숙 펠로우는 계속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을 설득하며, 올레길을 통해 작은 마을들도 외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제주도만의 독자적인 문화적•경제적인 기회를 증대시킬 것임을 강조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올레길 개발이 꾸준히 진척되면서, 처음에는 반대했던 이들도 차츰 서명숙 펠로우를 신뢰하기 시작했고 제주도에 주둔하고 있던 군인들까지 자발적으로 올레길을 만드는 것을 도왔다. 서명숙 펠로우는 단순히 경치 좋은 몇몇 코스나 마을을 관광지화 한 것이 아니다. 지역 사회의 참여와 동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낸 끝에 제주올레는 제주도 전체를 연결하는 총 21개 코스를 개발하였다. 이는 길이로는 420km에 달하며, 뉴욕시보다도 1.5배 큰 규모이다.

올레길은 빠른 속도와 경쟁 속에서 휴식과 자기 발견의 기회를 찾던 많은 한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12년 한 해 동안 올레길을 걸은 관광객 수가 백 만 명을 돌파하였다. 이는 2007년 제주올레가 출범하였을 때와 비교해 300배 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 등을 통해 제주올레가 창출한 경제적 효과만도 700억원에 달한다. 한 예로 주로 지역 주민을 상대로 했던 서귀포 전통시장의 경우 2009년 올레길이 시장을 통과하면서 매년 10~15% 매출이 증가하였다. 올레길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올레길의 기본적인 운영에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신 기념품 판매, 개인 및 기업 후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물론 관광객 수의 증가로 제주 관광 산업이 활기를 띠게 된 것도 중요하지만, 올레는 관광 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지역 주민을 포함한 지역 사회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어 올레는 ‘1 사(社) 1올레’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12개 기업을 올레길 주변 마을과 연결해 주었다. 해당 기업들은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사업이나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도와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거나 엄선한 농수산물을 올레길을 다녀간 조합원들의 가정에 한 달에 한 번씩 배달해주는 무릉외갓집, 10-15명의 이주 여성이 올레 로고를 본 딴 수공예 인형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간세인형 공방 조합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올레길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의 역할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올레 아카데미'는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에게 올레길 주변 마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가르친다. 올레 아카데미를 수료한 참가자들은 각종 올레 활동에 자원 봉사자로 참여함으로써 일회성 제주 방문을 넘어 제주 지역사회와 연을 맺는다. 또한 '올레 아카데미'는 제주올레를 계기로 제주 이민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제주도로 이주한 이들 사이의 사적인 네트워크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이래 제주도의 인구는 7,000명 가량 증가하였다.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인구가 증가한 지역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지난 해 제주올레는 제주도 내 코스 개발을 마무리하였다. 서명숙 펠로우의 새로운 목표는 제주올레를 시민 참여와 여행자의 시각을 통한 지역 사회의 발전을 확산시키는 국제적 교육 센터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올레는 매년 국제 트레일 네트워크 컨퍼런스를 주최하여 트레일 관련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제주도 지역 단체가 주도하여 제주도에서 개최한 최초의 국제회의이기도 하다. 서명숙 펠로우는 또한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을 통한 지역 경제와 시민 참여 문화 활성화에 관한 제주올레의 노하우를 전세계에 전파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경기도 양평과 일본 규슈에 제주올레를 본딴 길이 개설되었고, 관광과 지역사회 발전에 관련해 중국의 이해관계자들과도 교류를 진행 중에 있다. 




THE PERSON

서명숙 펠로우는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서귀포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시절 육지를 여행할 때면 제주도와 육지 사이의 격차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자란 덕택에 제주도가 가진 특유의 문화와 사람, 자연을 누리고 감상할 줄 아는 감수성을 가지게 되었다.

서명숙 펠로우의 부모님은 서귀포 재래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했다. 가게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항상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적극적 의지와 리더십은 후에 여성 정치부 기자이자 시사주간지 여성편집장으로 흔치 않은 커리어를 쌓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서명숙 펠로우는 민주화 이전인 1970년 말 대학생활을 하며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생 신문 기자와 야학 교사로 활동하였다. 서명숙 펠로우에게 있어 언론은 한국의 민주화를 진전시키고 군사 독재에 도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었다. 시국 선언을 배포한 혐의로 7개월여를 수감되었다가 풀려난 뒤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된다.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25년간의 언론생활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 이후였다. 특정 기사를 다른 내용으로 대체하라는 사주의 요구를 거부한 동료들은 결국 직장을 잃었다. 서명숙 펠로우는 퇴직기자들의 시사in 창간을 돕고 편집위원을 맡기는 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휴직하고 당시 유명세를 타고 있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여행을 떠난 원래 목적은 휴식과 치유를 위한 것이었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걷는 길을 통한 사회 변화의 가능성과 처음 만나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서명숙 펠로우에게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서명숙 펠로우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한국을 방문한 적 있다는 한 영국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서명숙 펠로우가 스페인으로 다시 도보 여행을 하러 오고 싶다고 말하자, 그 영국 여자는 ‘왜 한국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길을 내지 않느냐, 한국이야 말로 여가와 쉼이 필요하다’며 반문하였다. 그 순간 서명숙 펠로우는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를 떠올리며, 제주도의 숨겨진 마을들과 자연 환경들이 도보 여행하는데 독특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