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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정혜신 펠로우는 OECD 국가들 중 그 어떤 국가보다도 만성적으로 더 높은 폭력 수준과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자신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가진 감정적 및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혜신 펠로우는 일반 시민들에게 정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권한과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정신 건강 위기의 규모에 걸맞은 해결책을 만들어 냈다.

공식 프로필(영문) Hye-Shin Chung

This profile below was prepared when 정혜신 was elected to the Ashoka Fellowship in 2014.

INTRODUCTION

정혜신 펠로우는 OECD 국가들 중 그 어떤 국가보다도 만성적으로 더 높은 폭력 수준과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자신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가진 감정적 및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정혜신 펠로우는 일반 시민들에게 정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권한과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정신 건강 위기의 규모에 걸맞은 해결책을 만들어 냈다.




THE NEW IDEA

지난 60년간 한국 시민들은 세대마다 거대한 폭력의 물결들을 경험했다. 한국 전쟁을 시작으로 1970, 80년대 군사 정권의 시민들에 대한 국가 폭력뿐 아니라, 직업의 안정성과 경제적 유동성에 대한 믿음을 파괴한 1990년대 말의 금융 위기와 거대한 경제적 구조조정 또한 그랬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사회 여러 부분에 영향을 끼친 이런 연속적이면서 집합적인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성찰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그들의 상처 받은 심리적 상태를 사회의 규범과 기대를 통해 투영시키듯 그 부정적인 영향이 세대를 이어가며 전이되고 있다. 폭넓게 공유된 폭력의 경험과 결과적으로 일어나는 연이은 세대의 집합적인 트라우마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자살률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정신 건강 돌봄 시스템은 이처럼 개개인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인 트라우마의 부정적 영향을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이 문제의 규모와 여러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숫자의 전문 의료진이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임상적 정신 건강 문제만 다루도록 훈련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혜신 펠로우는 많은 수의 평범한 시민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기본적인 치유와 상담들을 진행할 수 있는 자신감과 적절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간단하고 저렴한 자가-진단 도구부터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상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치유 모델에 이르기까지 정혜신 펠로우는 복제가 쉽게 가능하며 스스로 증배하는 모델들을 개발해냈다. 또한, 지금까지 정신 건강과 관련해 사실상 거의 자원으로 활용된 바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치유 릴레이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혜신 펠로우의 접근 방식에서 핵심적인 원리는 바로 공감 능력이야말로 치유의 열쇠이며, 진정한 공감은 공유된 경험에서 나온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근대사에서 겪은 트라우마는 사회적 부담이 아닌 공감을 위한 자산이 된다. 정신과 의사 출신인 정혜신 펠로우는 고문 피해자나 집단해고노동자 및 그 가족들의 심리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한 경험을 통해, 극심한 심리적 내상을 겪은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심리적 고통과 그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상담사이자 심리 치유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정혜신 펠로우는 평범한 시민들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부여 함으로써 이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THE PROBLEM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34개 회원국 자살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가 28.4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11.3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이다. 연간 자살 사망자는 약 1만 4000명(평균 하루 38명)이며, 자살 시도자는 약 15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자살율은 특히 지난 1990년대 말 한국의 금융 위기 이후에 급속히 증가해, 최근 10년 동안 약 3배로 뛰었다.

그 동안 한국의 자살예방 대책은 주로 의학적 모델 중심의 접근, 질병 위주의 개념으로 전개되어 왔다. 자살 고위험군은 곧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전제 하에, 지역 사회복지사와 보건소 직원들을 ‘자살예방지킴이(Gatekeeper)’로 교육한 후, 그들이 자살 고위험군과 위험 징후를 발견하여 이에 대해 의학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 온 것이다. 그 동안 이런 방식으로 중앙정부와 서울시 지자체에서 연간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하지 못했는데,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후 평가에서 ‘정신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한 의료중심적 접근의 한계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최근 정신 건강에 대한 필요가 급증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를 시인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데는 강한 사회적 낙인이 존재한다. 항상 뛰어난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감정적 또한 심리적 어려움이 약점으로 여겨진다. 특히 중년의 남성들 사이에서 그렇다.




THE STRATEGY

정혜신 펠로우는 문제의 사슬을 끊기 위한 전략적인 출발점으로 핵심 구성원들을 찾는다. 가장 먼저 정혜신 펠로우는 특정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을 돕고 그 후에 그들이 스스로 특정 지역과 지역사회를 넘어서 치유를 확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면, 2006년 정혜신 펠로우는 1970-80년대 당시 군사정권 하에서 이뤄진 고문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 상담을 시작한 후, 더 많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진실의 힘>이라는 단체를 함께 설립했다. 타인이 겪은 비슷한 고통에 대해 이들이 지닌 뛰어난 공감능력을 발견하고, 정혜신 펠로우는 치유를 받은 고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자신들과 비슷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당국으로부터 강경 진압을 당한 해고 노동조합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광주민주항쟁의 생존자들 포함)의 감정적인 필요를 돌보는 일을 할 수 있도록 8주 상담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것이 정혜신 펠로우의 <상처 입은 치유자 과정>의 첫 번째 파일럿 프로그램이 되었다. 참여자들은 8주간의 훈련을 마친 후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치유자 활동을 시작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한국의 민주화 사회로 가는 과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민중 항쟁으로, 항쟁 중에 광주 시민들이 계엄령에 대항하다 군인들에게 잔인하게 폭행, 고문, 죽임을 당했다. 정혜신 펠로우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을 특별히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광주트라우마센터>에도 <상처 입은 치유자>의 접근을 적용시켰다.

2009년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정혜신 펠로우는 평택시의 해고 노동조합원 집단을 상담했다. 이들은 자동차 제조 대기업의 갑작스런 기업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2,600여 명의 노동조합원들이었으며 파업 기간 동안 폭력적인 진압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수 십 명의 해고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목숨을 끊었다. 정혜신 펠로우는 개별적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로 보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집단적인 감정 및 심리적 필요를 돌보았다. 그 후에 정혜신 펠로우는 집단 상담을 받은 첫 그룹을 도와 <와락 센터>를 설립해 그 그룹에 계속해서 남은 노동조합원들을 그룹으로 모아 치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와락 센터>는 상처 입은 치유자들을 훈련시켜 다른 도시들로 보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을 돕고 제 2, 3의 <와락 센터>가 설립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정혜신 펠로우는 성 소수자 20여 명을 성소수자 분야의 첫 치유활동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 배출하였고, 이들은 이 과정을 발전시켜 향후 한국에서 최초로 설립될 LGBT 커뮤니티 센터의 상담기능으로 마련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정혜신 펠로우는 보다 많은 상처 입은 치유자를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정혜신 펠로우는 2013년부터 서울시 정신건강 증진 사업을 이끌며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 프로젝트(‘맘프로젝트’)를 런칭했다. 정혜신 펠로우는 먼저 시인, 농부, 주부, 방송인, 공무원 등 의도적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반 시민 24명을 1기로 선발했다. 이들은 약 8주에 걸쳐 매주 진행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4인 1조로 구성된 작은 그룹 안에서 그들 각자는 자기 내면의 상처와 대면하고 치유를 경험하였다. 특히 마지막 2주 동안에는 총 6시간을 집중 할애해, 앞서 본인이 경험한 프로그램 속에 설계되어 녹아 들어가 있던 치유의 핵심원리, 구조와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디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어 모집된 2기에서는, 이 24명이 2인 1조가 되어 또 다른 시민 약 200명으로 대상으로 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2014년에는 이렇게 양성된 총 200여명의 시민 치유활동가가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시민 800~1200명을 대상으로 서울 여러 지역에 흩어져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참가자들이 경험한 깊은 내적 변화들이 정혜신 펠로우의 치유 릴레이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데, 정혜신 펠로우는 이러한 치유 릴레이를 전국적으로 점차 확산시키기 위해서 1기 참가자들이 2014년에 ‘공감인’이라는 새로운 시민단체를 설립하는 데도 도움을 제공했다. 또한 정혜신 펠로우는 치유 릴레이의 움직임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상처 입은 치유자들에게 보다 심층적인 상담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2년 단위 후속 프로그램을 포함한 질적 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했다.

정혜신 펠로우의 치유 릴레이는 저가의 자가-심리 진단 도구의 확산과도 맥을 같이한다. 정혜신 펠로우가 2004년 설립한 주식 회사인 <마인드 프리즘>에서 개발한 <내 마음 보고서>는 본래 대기업 CEO들에게 제공했던 고가의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었다. <내 마음 보고서>는 정신 질환에 대한 의학적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매일의 일상 가운데서 자기 자신의 정신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에 대한 장벽을 낮춘다. 500 문항이 넘는 설문지는 개별적인 보고서로 결과가 정리되며 그 사람만을 위한 시로 조언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이 보고서는 일반 시민들이 정신 건강에 관련한 사회적인 낙인 없이 일상 생활에서 자기 자신의 감정적, 심리적 돌봄의 필요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혜신 펠로우의 <내 마음 보고서>는 한 성공적인 IT벤처 기업가의 도움으로 마케팅과 유통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고가의 ‘내 마음 보고서’는 일반 대중을 위해 8만원에 제공되고 있으며, 현재 매 달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30여개 기업들에서 이 상담 프로그램을 자신들의 임원 리더십 개발 전략의 일부로 도입했다. 어떤 고위 임원들은 회식 자리나 공식 미팅에서 본인만을 위한 <내 마음 보고서>의 시를 부하 직원들 앞에서 읽고 본인의 감정을 공유하며, 신입 직원들에게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의 강인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위계질서 속 기업문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THE PERSON

정혜신 펠로우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면서 겪어야 했던 감정적 분리감과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치유하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정신과 레지던트였던 시절, 정혜신 펠로우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위한 사회복귀 시스템(통원 치료 서비스)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당시 한국의 정신분열증 치료는 장기입원 등의 격리 치료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1992년 개인 의원을 개원하면서 정혜신 펠로우는 이 새로운 시스템을 한국에 직접 도입해 실시하였다. 이 새로운 접근방식과 정신분열증 환자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성에 대해 정혜신 펠로우는 환자 가족들에게 끈질기게 교육하고 설득했다. 사회복지사와 정신 건강 분야 전문가들을 교육하기 위해서 관련 세미나와 사례 발표회도 열었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정신분열증 환자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선택 가능한 정신과 치료의 하나로 정식 인정하게 됐으며, 각 대학병원에서도 사회복귀를 목적으로 하는 통원 치료 서비스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 한국에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정혜신 펠로우는 개인들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들이 사회적 영향력에 의해 심화되거나, 심지어 기인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혜신 펠로우는 한국 정신과의사 최초로 ADD 증후군(After Downsizing Desertification Syndrome)이란 용어를 만들어 내,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고용인들이 겪는 일종의 PTSD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기도 하였다.

특히 2005년에 <진도가족간첩단 사건>의 당사자인 박동운씨를 만난 것이 정혜신 펠로우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980년대 초반 박동운씨와 그의 일가족 20여명이 간첩으로 조작돼 잔혹한 고문을 받고 거의 20년간 투옥되는 일이 있었다. 대중과 언론은 그의 사법적 억울함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정신혜 펠로우는 그에 못지 않게 국가 폭력의 피해자이자 고문생존자인 박동운씨의 심리적 필요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혜신 펠로우는 박동운씨에게 프로보노로 심리 상담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경험이 정혜신 펠로우로 하여금 ‘한국의 집단적 트라우마’라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공감능력과 정신 건강 돌봄이 갖는 역할을 재발견하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정혜신 펠로우는 한국 근대사에서 존재해 온 집단적 트라우마 경험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정혜신 펠로우의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집단 치유 릴레이는 큰 규모로 실행되고 있으며, 먼저 그녀의 활동은 고문 피해자와 해고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작되었고 그 후에 일반 시민들과도 함께하고 있다. 2014년 4월 국가 전체를 흔든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혜신 펠로우는 세월호 참사 때 수 백 명의 학생들을 잃은 안산으로 주 활동무대를 옮겼다. 정혜신 펠로우는 다른 의식 있는 시민들과 지역 단체들과 함께 희생자들과 생존자의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다. 정혜신 펠로우의 집단적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치유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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